2015. 11. 11. 00:45ㆍ들길따라서
우리동네 000동물병원에 가면 태백이라는 수컷 고양이가 높이 1m 정도의 작은 케이지 안에서 4년간을 살고 있습니다.
케이지는 높이 1m 20cm 정도며 넓이는 가로 세로 50cm는 되지 않을듯 하지만
그안에서 오르락 거릴수 있는 3단 선반을 만들어 놓아 최소한의 작은 운동은 할 수 있습니다만
날엽하고 민첩한 고양이가 4년을 그 케이지 안에서 홀로 살고 있음은
우리 재키미용이나 접종을 위하여 그 병원에 가서 볼 때마다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소망을 적은 리본들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저희 아파트 녹지 공간에서 태어난 태백이는 아기때 한배로 태어난 아기들과 함께 아파트 주민에게 구조되어
000동물병원에 보내졌습니다. 이 동물병원에서는 아기 길냥이들을 손님들에게 잘 입양시켜 주기때문인데요
함께 4마리가 구조되어 3마리는 입양을 갔지만 불행히도 태백이만 입양을 가질 못하여 그 병원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며칠만이라도 집으로 데려와 집 안에서 마음껏 돌아다닐수 있도록 데려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재키가 나이가 들수록 고양이를 무서워 하더라구요. 간혹 다친 아기 길고양이를 구조하여 치료한 후 입양시키곤 하였는데
아기 길고양이들이 베란다에서 야옹거리며 설치는 것을 보면 아예 소파밑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재키가 젊었을때는 마당에 길고양이가 먹이 먹으러 오면 달려가서 한바탕 붙을 요량으로 덤벼대곤 하여
재키 데리고는 길고양이 먹이 주러 가질 못하였는데요...
또한 집안 식구들이 고양이를 싫어하여
(제가 숙직이나 여행등으로 집에 없을때 길고양이 급식소에 먹이를 내다 주는 일은 하였어도)
긴박한 길고양이의 치료때문에 잠시 집에 데리고 오는 것 외에는 질색을 하여
마음편히 태백이를 며칠간 임시보호 목적이라도 집에 데려오질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평일 며칠간은 케이지에서 벗어나 좀 뛰어 놀게 해주는 일이 더 중요한 듯하여 구걸하듯 가족에게 양해를 구한뒤...
그러나 재키에겐 양해를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동물병원에 재키 미용하러 갈때 태백이를 보여주고 안면을 익히게 하였으므로 재키도 좀 달라지겠지 하는 희망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8동 마당에서 4년째 사는 길냥이인 나비가 아기때 제가 내다준 먹이를 먹으러 왔다가 그만
아기길냥이(검순이)를 데리고 먹이 먹으러 온 검순이의 엄마인 큰검둥이에게 쫓겨 나무 위로 올라는 갔지만 나무위에서 뛰어 내리다가 그만 앞발목이 부러져 4개월간 약을 먹이며 치료를 해 준적이 있었는데
처음 심할 때는 집으로 데리고 와서 베란다에서 며칠간 돌봐주곤 하였습니다.
이때 나비는 아기였으므로 재키를 무서워하였고 재키는 나비가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어오지 못하게
거실 문 앞에서 나비를 지키고 있었는데(이때는 고양이를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고양이에게 기세등등 하였거던요)
이러면서 나비와 면식을 쌓았는지 지금은 나비가 재키보다 더 컸습니다만 8동 마당에서 나비를 만나면 얼굴을 나비에게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나비 역시 재키를 피하지 않고 재키에게 입을 가져다 대며 서로 아는척을 하거던요.
큰 마음을 먹고 태백이를 데려왔습니다. 제가 병원에갈 때마다 태백이에게 아는척을 하여
태백이도 저를 보면 자기에게 와달라는 듯 케이지안에서 오르락거리며 날뛰곤 하여 돌봐주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여겼는데요, 이동용 케이지안에 넣어 집으로 데려와 나오라고 케이지 문을 열어줘도 태백이는 꼼짝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동용 케이지와 고양이타워를 이어줘 안에서 안정을 취하게 해 주었습니다.
반나절이 지나도 케이지안에서 나오질 못하기에 먹이로 유인을 해 보았는데도 나오지 못하네요...
그래서 고양이 타워 안에 먹이를 주니 그때서야 머리만 내밀며 먹이를 먹는군요~~@@
모두가 잠들은 밤에 태백이가 화장실 가려고(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고양이용의 작은 화장실을 별도로 준비합니다.
그러면 화장실 안에 마련해준 고양이용 모래에다 실례를 한 후 모래로 덮은 후 나옵니다.) 나와 실례까지는 잘한 모양인데
아침에 보니 타워로 되돌아 들어오지는 못하고 난화분대 구석에 앉아 떨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타워로 유인하여도 그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 캐이러안을 들어 가질 못하네요.
케이지안에서만 있어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채 야성은 남아 있어선지
손을 대다가 살짝 물린적이 많아 함부로 제 손을 주진 못하겠구요...
그래서 다시 맛있는 먹이로 태백이를 위한 안락한 타워로 유인하여 겨우겨우 타워 앞에 까지 유인할수 있었습니다.
케이지안에서 4년을 살은 태백이에게 케이지라는 심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태백이는 비록 케이지안에지만 동물병원 원장을 자기 엄마로 병원내 직원 등은 서로 아는사이로 매일 보면서 살다가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오게 되어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더 이렇게 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다른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거나 먹이를 주면서 보아온 행동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더욱이 태백이와 저는 그래도 친한 사이라 생각을 하였으나 제 앞에서도 일단 타워를 나오면 들어가질 못하고
들어가면 너오질 못하여 타워 출입구 위치도 바꿔주곤 해 보았습니다만 태백이가 타워를 나와 조금 움직이는 건 먹을때와
화장실 갈때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걸어보라고 일부러 화장실은 베란다 끝에 두었습니다.
태백이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케이지안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고양이를 치료하기 위해 고양이가 병원에 오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태백이는 다른 고양이와도 접촉이 전혀 없이 4년을 케이지안에서 살았네요...
8일동안 데리고 있었는데 그동안 태백이는 더 심한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간 듯 하구요.
원래는 5일 정도 였는데 데려가기로 한 날 그 동물병원 원장댁에 상이 생겨 문을 닫는 바람에 3일이 더 연장되었습니다.
원장에게 태백이를 위해서 좀 더 높고 넓은 케이지를 맞춤 제작하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이렇게 8일간을 태백이와 함께 보내다 보니 제가 몸살이 났네요.
태백이를 데려갔을 때는 원장이 다른 강아지 치료를 하는 바람에 그간 이야기를 못하고 그냥 두고 나왔거던요.
세상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정말 공평하지 못하다 생각들지만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앉아 한탄만 할 시간은 없어 보이고요. 이런 불평등 안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하는 것이 그나마 평등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재키는 태백이가 저희 집에 와서도 이상하게 행동하니 소파위에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몇번 더 하면 재키도 태백이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도 태백이를 자주 데려와 좀 움직일 수 있게끔 하고 싶으며, 그러다가 태백이도 재키도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잘 적응하게 되면 아예 태백이도 눌러붙어 살게 하고 싶네요.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이 태백이를 함께 살게 해 주면 아직은 사회성이 없는 태백이지만 태백이도 사회성을 익혀 잘 살아 갈듯 하구요. 정말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백이는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짠해 집니다.
태백이에게도 희망이 실현되길 빕니다. 정말 그렇게 되길 소망합니다.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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