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2. 01:03ㆍ사람과 자연
우리 아파트 우리동 앞 정원 몇군데에
옹달샘(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마련해 주었을 초창기 때의 이야기 입니다.
아파트 준공 후 입주 시기에 이 옹달샘을 다녀갔던 첫 나그네들인
흰둥이 검둥이들이 보이지 않은 지도 한참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이 옹달샘을 다녀가는 나그네들이 있습니다.
부쩍 비를 자주 뿌려댔던 을씨년스러운 올 봄 날이 가버리자,
촉촉햇던 가지에 나뭇잎이 돋아 무성하게 하여주어
나뭇가지 아래 내다놓은 옹달샘(사료그릇)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마음이 놓입니다.
집 없는 견공 두 마리가 옹달샘을 찾아오기에 그릇을 두개를 더 준비하였습니다.
서로 기다릴 것 없이 오자마자 샘물을 먹고 마시라는 의미에서.
그런데 이 옹달샘에 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밤,
아파트 내부 도로에서 급하게 달리던 승용차에 어미를 잃었은 새끼 고양이가
이젠 울음을 멈췄는지 간간이 옹달샘을 다녀가고요,
옹달샘 때문인지 사료 그릇이 놓여있는 철쭉정원 바로 앞에 있는 음식물 찌거기통을
다른 고양이이들이 더는 헤집어 놓지는 않았습니다.
참새, 비둘기 그리고 앞산의 까치들은
아침 출근길을 제가 철쭉 정원 사이 오솔길로 걸어가던지 말던지
옹달샘 부근에서 푸드득거립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았는지
이전에는
철쭉정원 가지 안에 놓아둔 사료그릇을
아파트 관리인이 정원을 청소할 때
정원 안에 나 뒹구는 쓰레기들을 청소할 때 가차 없이 함께 버려 속이 상했는데
지금은
<저 윗층 사람이 내 놓은 거래요> 수군거리며
고맙게도 “빈 사료그릇”을 버리지 않고 나뭇가지 속에 깊숙이 넣어 둡니다.
저번 토요일 아주 늦은 밤이었습니다.
시간으로 친다면 주일 새벽이나 마찬가질 것입니다.
친구들과 밤 늦도록 노닌 후 집으로 돌아오던 때 였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우리 동으로 들어오는 오솔길인 철쭉정원 사이로 막 들어서려는데,
두 마리의 견공들을 발견하였습니다.
한마리는 어미였고 다른 한 마리는 새끼였습니다.
어미 따라 쫄랑대며 즐겁게 올달샘을 거쳐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파트의 이웃은 단독 주택들도 함께 있어
그 견공들이 버림받은 견공들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견공들이 소문을 내지 않은 이상
그 엄마 견공과 아기 견공들이 우리 동 안에 있는 옹달샘을 알 리가 없겠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파트는 대단히 큰 아파트단지거던요.
우리 아파트안
우리 동 철쭉들 가지 안에 옹달샘이 두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알고 이 늦은 밤 엄마 발발이와 아기 발바리가 옹달샘을 들렸다 가고 있을까?
부디 그 모자 발발이가 버려진 견공들이 아니길 빕니다.
아마도 버려진 견공들은 아니길 희망합니다.
(견공들의 생활반경은 보통 10리 안팎의 반경이라고도 합니다.)
보호자가 있건 없건
잠시라도 쉬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이 옹달샘이 있어,
저희 동네를 찾아오는 나그네들이 잠시라도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장소를 아끼고 보호해주시는 아파트 주민들께서도 행복하시리라 생각하고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그리워 합니다.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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