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넘이

2023. 1. 19. 23:28들길따라서

친구란 자고로 잘 사귀어야 한다고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누나 형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절 볼 때마다 타이르곤 하였습니다.

특히 누나나 형들이 그럴때마다,

"~~@@ 지 꼬라지나 잘 챙기지 남 소리하긴..." 하였습니다.

(물론 속으로 웅얼거리는 소리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한동네에 살아 친구로 오늘날까지 남은 못생긴 넘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같이 나왔는데 고등학교는 각기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중학교 삼학년때인가

이 넘이 저희집에 놀러왔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넘은 지 옷 안주머니에서, 어디서 꿍쳐왔는지는 몰라도 담배를 슬쩍 한가치 꺼냈습니다.

그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성냥으로 불을 붙여 몇모금을 빨아 연기를 동그라랗게 뿜더라구요.

그런후 손 쓸 틈이 없이 그 담배를 제 입에다 쏙 물려주는 것이었습니다.

 

https://youtu.be/eAq4quw6jwo?list=PLzu8YTF6XwIgBwWb_LuwQ8HiU_4OYq-2F 

아~~

이 나쁜 친구 땜시 저는 그만 담배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혹 형이나 아버지가 태우는 담배를 한두까치 슬쩍 꽁쳐내어 앞산에 올라 피어보곤 하였습니다.

피울때마다 머리가 엄청 아파와 "다시는 안피워야지~~" 하였지만 그것도 그때뿐.

 

어느 주일날

가족들이 다 외출하고 어머니도 성당 가시고자 분주하신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윽고 어머니는 성당에 가신다면서 방문을 나섰습니다.

어머니가 대문을 나서는 것을 확인한 후 저는 꿍쳐놓은 담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님이 아니었지만) 거울 앞에 앉았지요.

 

무릇 담배는 멋있게...

어딘지 모르게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으로 피워야한다는 신 멋에 창문을 활짝 열고놓고,

저는 거울앞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성냥불을 당겼습니다.

그리고 이 손가락 저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옮겨가면서

여러가지의 근엄한 표정을 연출하며 담배 태우는 폼들을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러고 폼 재며 있는데 갑자기 마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만 깜짝 놀라서 급하게 손에 들었던 담배를 방바닥에 비벼끈 후,

거울 옆에 있는 휴지통으로 잽싸게 던졌습니다.

당연히 담배꽁초는 휴지통 안에 "꼬링"이었습니다만....

마루문을 열고 방으로 들러오신 분은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방안의 분위기가 좀 이상해하셨지만 무얼 두고 가셨는지 무얼 찾으시다가,

휴지통에서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셨습니다. (아니 주님이 어찌 제게 이럴수가!!!)~~@@

 

어머니는 다짜고짜,

"니도 담배 태우냐?"

"옴만~~, 담배는 몬 담배~~~별소리도 다하시네..."

"듣기 싫다,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않은 넘이 담배를 태워?"

 

어머니는 책장에 있던 두툼한 성경책을 집어 드시더니 제 머리통을 아주 세게 내리치신 후 부랴부랴 나가셨습니다.

그 이후부터 어머니는 저를 볼 때마다,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않은 놈이~~, 니만 보면 내 가슴이 미어진다 미어져~~@@"

라 하시더라구요~~ 

물론 그 이후 담배는 "별로" 태우지 않았습니다.

간혹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점심시간 후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돌아가면서 담배를 태워 보곤 하였지만 서도...

 

그런데 이런 연기 냄새를 담임선생님은 교실 안에서 기가 막히게 잘 맡으셨습니다.

그래서 저와 담배를 돌려가면서 태웠던 친구들을 하나 둘 모두 교단 앞으로 나오라 하신 후,

"너! 입 크게 벌리고 '후'~~해봐" 하십니다.

친구들은 아주 죽어가는 숨소리로 "후~~우" 합니다만

그와 동시에 귀싸대기가 철퍼덕!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음 넘, 다다음넘, 다다다음... 마지막 넘 .... 모두가 죽어가는 숨소리로 "후~~우" 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당연히 귀싸대기가 "철퍼덕!" 하는 것은 동일하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당연히 저는 빠졌지요.

저는 평소 성적이 남달리 우수하였고~~@@

학급에서 비교적 샌님으로 통하였기에, 제가 저넘들과~~@@ 어울려 담배를 태웠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선생님이라 할 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거던요^^

(그래도 간혹 담임선생님은 저를 비상한 눈초리으로 바다라 보시면서

"너도 조심해, 걸렸다하면 죽여 놓을거니까." 하시네요.)

 

저를 볼 때마다 어머니는 습관적으로 그러셨습니다.

"난 니만 보면 내 가슴이 미어진다 미어져......"

 

그래도 어머니는 기회만 되면, 이모며 외삼촌이며 다른 친적들이 모이실때,

형들이나 누나들 중에서도 저만 칭찬하셨습니다.

"쟤는 내 입 안의 혀다,,, 딴 녀석들이 저 놈 반만 따라가도 내가 소원이 없겠다...

어찌 한배에서 나온 놈들이 다 저 모양들인지" 라 하셨답니다. ~~@@"

 

그때 배운 담배가 젊었을때엔 계속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특히  직장에서

월요일 오전 출근하면 직장 동료가

"계장님 이리 나오셔요. 출근하자 마자 뭔 일을 그리 하시려고요...

딱 한대 태우시고 들어가죠." 하는 겁니다. 이 간절한 눈빛에 굴복하여 담배를 입에 물게 되면,

그 주간은 내내 담배를 태우게 되더라구요.

안 태우려고 발악을 해도 "그냥 한 꼬장 무세요..." 하며 지 담배를 제 입에 쏙 물려 주기도 하네요.

"아!!! 내가 이 넘들 때문에 내 명에 못 살겠다. 다른 과로 옮겨야겠다..."

하여도 세월만 무심하더라구요.

  

그러나 이젠 그 담배란 녀석을 전혀 찾진 않거던요. 오래 전에 사생결단 냈거던요.

 

자고로 친구는 잘 사궈야한다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저 단호하게 손을 대지 않는게 상책입니다. 동료들이 담배 태우자고 나가자 하면

아예 자판기에서 믹스커피 한잔 뽑아 들고 따라 나갑니다.

나는 돈이 없어 믹스 커피나 마시련다" 하며.

 

단호하게 이렇게 버릇을 들여 시간이 조금 흐르게 되면 "담배 한대 태우시죠" 하지는 않더라구요.

"잠시 커피 한잔 하러 나가죠." 이렇게 하고는 자기들은 담배를 태웁니다만...

 

나쁜 친구라도 계속 사귀는 분들은,

새해에는 친구대신 담배라도 사생결단 한번 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담배보다는 친구일테니까요.

 

추신:

*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에 담배를 매몰차게 버렸습니다.

고무신 바꿔 신으니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때에도 "목"이 든든히 받혀주더라구요. 

끽연가님 모두들 사랑하는"자기 목"에게 노래 잘 부를수 있도록 "담배끊는 기쁨"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5.8.22)

 

 

 

 

  

사람과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