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1. 15:03ㆍ들길따라서
예전에 저희 집은 방이 올망졸망 몇 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니는 살림에 도움이 되고자 세로 방 두 개를 내 놓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 방과 바로 붙어있는 방이며 방과 방을 막는 벽은 합판 등이라서
웬만한 소리는 다 들을 수 있는 그런 부엌 딸린 방이었습니다.
그 방에 세를 살고 있었던 젊은 부부 이야기입니다.
영수 엄마(그때는 엄마가 아니었음)는 아기를 낳지 못한 여인이었답니다.
결혼생활을 8년 간을 하였는데도 아이가 없었다네요.
참고 사항인데요,
서양 여인들의 미의 기준을 "7등신"이니, "8등신"이니 하면서 아름다움을 평가하지만,
영수 엄마는 단연코 3등신이었습니다. 머리와 몸통과 다리가 꼭 3등분 됩니다.
아녀자를 6등신도 아닌 3등신라 한다면 그야말로 그녀의 남정네로부터 돌팔매 맞을만한 일이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한 것이므로 영수네 아저씨도 좀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여하튼 오래전에 유행하였던 인형 "못난이 삼자매"를 떠올리며
"못난이 큰누나"라고 저는"마음 속"으로만 영수엄마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러면 영수아빠는요? 뭐 한마디로 "1등신"이었습니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몸매가 그냥 일자였거던요. 머리 몸 다리가 구분이 없드라구요.
지금도 그렇지만 간혹 반찬으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 멸치를 볼 때마다
저는 영수아빠가 생각이 나서 <며르치 아저씨>이라고 영수아빠를 불러댔습니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영수엄마의 얼굴에는 수심이 간혹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필코 아들을 가져보리라" 하는 심정으로
영수엄마는 용하다는 무당들을 찾아가 푸닥거리도 하고 오는 일이 우리 집에 이사 오고 난 이후 계속 되었구요.
그래도 마음이 허전한지 용하다는 점쟁이들도 다 찾아다니며 점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으려 했었는데요...
영수아빠는 직업이 <미장이>인지라 비가 오거나 하면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영수아빠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고스톱을 칩니다. 음담패설로 떠들어가면서요. (제 방에서 음담패설로 떠드는 소리 다 들립니다.)
그 날도 용한 무당을 찾아가 아들을 하나만이라도 점지해 달라고 기도를 하러 간 영수엄마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세숫대야 던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와지끈 하고 깨어지는 소리도 들렸지요. 그리고 영수엄마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이 것들이 또 노름질을 하고 지랄이야. 어어엉?>
동시에 <아이이구구우~~여보오~~>하는 비명소리와 문짝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영수아빠가 도망을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잠시 뒤에 <아이쿠 형수님 고정하세요. 그냥 장난 화투예요.~~~~ 저희도 그만 갈께요>^^
다음날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싶이 3등신인 영수엄마와 1등신인 영수아빠는 팔장을 낀채 나란히 대문을 나섭니다.
그날 밤 영수엄마가 우리 어머니에게 와서 환한 얼굴로 말을 건넸습니다.
<저도 애를 가질수 있대요. 신내린 애기처녀무당이 장담을 하드라구요. 올해를 넘기기 전에 애가 생긴데요. 글쎄에에~~>
손에서 성경책과 기도책을 떨어 트려본 적이 없으신 우리 어머니는 "신들린 애기처녀무당이야기"이던지 말던지, 맞장단을 칩니다.
<정말 잘되었네, 그럼 어서 교회에 나가야지. 그래서 빨리 세례를 받고 해둬야, 애기가 나오자마자 애기에게 세례를 줄수가 있지.
그러면 처녀애기귀신도 애기에겐 접근하지 못할게 아녀?>
<하몬 하몬>
영수 엄마의 그 큰 입이 활짝 벌어졌습니다.
다음 주일부터 영수네 부부는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정말이지 두 눈뜨고는 보아주지 못하도록 어울리는 한쌍의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비가 오는 날이면 영수아빠는 자기 미장이 일꾼들과 함께 집에서 고스톱을 쳤고,
운수가 사나워 영수엄마에게 걸리면, <이 것들이 또 노름질이야앗~>하면서,
세숫대야나 물바가지가 방안으로 날라 가고,
더욱이 영수엄마의 육중한 몸에 깔려 "코브라 트위스트"에 걸려 반쯤 죽지 않으려면
영수아빠는 맨발로 라도 문밖으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영수네가 결혼한지 10년째에 본 아이랍니다.
아기 이름을 영수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귀중한 아기는 애기처녀무당네의 귀신이 접근할 수 없도록 당장 세례를 받았습니다.
영수엄마는 아기를 도맡아 엎고 안고 다닙니다.
도대체 자기 신랑에게는 한번이라도 아기를 건네 줄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영수아빠가 금쪽같은 아기를 안고 돌아다니다 바람에 불려 넘어지면,
그 금쪽같은 아기를 누가 책임을 지냐는 것이었지요.
그래도 성당 안에서는 영수엄마는 영수아빠에게 자비를 베풀어, 간혹 영수 아빠가 영수를 안을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영수가 울거나 칭얼대면, 영수아빠가 즉시 아기를 안고 성당 밖으로 튀쳐 나가서 영수를 달래라는 깊은 배려였다나요?
지금은 영수 엄마가 대단히 세련되어 졌습니다.
영수아빠가 열심히 돈을 벌어 생활도 안정이 되어 영수 엄마가 거울을 가까이 하게 된 결과이지요.
그러나 영수 아빠는 여전히 1등신입니다.
그래도 옆으로 조금은 불어 나 보입니다. 그러던지 말던지 영수는 정말 예뻤습니다.
사내아이가 예뻐 무얼하냐는 말도 있지만, 사내건 가시내건 일단은 예쁘고 볼 일입니다.
영수네가 길을 가면 사람들은 두 번 쳐다 봅니다.
영수엄마와 아빠의 그 화려한 한쌍의 앙상블을 감상하려고 한번 쳐다보고,
또 한번은 예쁜 영수가 그 부부의 친아들인지를 확인이나 하려는 듯 한번 더 쳐다 본다나요?~~
애기처녀무당이 아들을 점지해 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우리 어머니 따라서 성당으로 가서, 교리받고, 세례받고, 주님의 착한 백성이 된 영수네 부부~~
하느님의 섭리는 간혹 가다가 알 것 같다가도 모를 일이 한 두 번 아닙니다.
지금 어느 정도 성경적^^으로 성숙해 있는 영수 엄마는 자신있게 말을 하곤 합니다.
<지까짓 무당이 무슨 힘으로 아기를 점지해?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그랬잖아,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
내가 자식 낳고 번성한 게 하느님의 뜻이지 왜 무당의 뜻이여?
사실 나는 동이삼촌(영수 엄마는 저를 동이삼촌이라고 부른답니다.)네 집에 이사 온 이유는,
성당에 나가기 위해서 였다니까.
방 구하려고 돌아 다닐때, 동이삼촌 집에만 유난히 천주교회 팻말이 붙어 있었잖아.
그래서 교회 팻말을 보고 이사를 온 것이지. 그게 다 하느님이 하신 일이 아니겠어?>
.
.
.
Oh Yee~~@@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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