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효자 아들 아버진 잘 계셔?
2022. 10. 11. 18:44ㆍ나의 이야기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셨을 때입니다.
(방년 19세 어머니와 23세의 아버지, 백의민족 후손다운 어머니와 독립투사 모습같은 아버지)
누구라도 그렇듯 저도 저 잘난맛으로 시대의 유행을 잘 따라가며 살았기에
(사실은 오리지널 개성인 제 잘난 얼굴?을 돋보이도록 덮고 걸치는데 치중하였습니다만~~@@)
심심할 때 뭐 심심하지 핞았더라도 백화점에는 친구랑 자주 들렀습니다.
대개는 그냥 눈요기하러 들린 것 이지만, 눈요기 하다가 보면 배도 출출해지고
그러면 백화점에 딸린 식당 코너에서 배를 채우며
그러면서 하루가 다 지나 보내었던 그때...
( 어머니 모습을 보면, 아버질 한숨에 잡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절로 듭니다. )
(할아버지 마구 바람피셨다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여? 제키동생 재키)
어디 배만 채웠겠습니까??
친구랑 이옷 저옷 구경하면서 그러다가 보기에 좋은 외투라던가 슈트라던가 쉐타 등등을
입어 봤을때 "정말 잘 어울리네요. 딱이예요~~!" 라는 매장 이모 몇 마디에 , 달랑 사오곤 하였지요.
거기에서 입으면 제가 보기에도 (잘 난 모습이) 더 잘 나 보여 매우 만족스러웠건만
집에서 입으면 왠지 마음이 안 들곤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변덕스러운 옷!
그런 옷은 정말 입기 싫습니다.
" 아버지 이리 좀 와 봐"
"???"
"이 옷 좀 입어 봐"
"???"
"아버지 줄려고 사왔어"
아버지가 입으면 젊어 보이는 것이 아버지야 말로 "딱" 이였습니다.
체격도 저랑 비슷하거던요.
나중에 아버진 배가 좀 더 탐스럽게 나왔지만...
"비싼거지만 아버지 위해서 특별히 산거니까 잘 입어요~~~@@"
아버진 "이게 웬 넝쿨채 굴러온 호박이냐???" 하시며 좋아하시며 옷을 들고 가셨지만,
안방에서 이런 모습을 쳐다보시는 어머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실 겁니다.
"저것이 자기 입으려 산 옷이 또 마음에 안드는 것이로구먼.."
여하튼 아버지는 이런 저 때문에
옷은 비교적 비싼 것으로 풍성하게 가지고 계셨습니다.
(제 학창 시절에도 아버지와 전 몸 사이즈가 비슷하여
아버지 옷을 슬쩍 꺼내 입고 제 옷인양 이곳 저곳을 마구 돌아다니곤 하였거던요.)
이런 사정을 모른채 주변에서는
아버지를 볼 때 마다
"조씨 영감은 아들 잘 둬서 좋겠네~~~"
그리고
동네에서, 성당에서 오다 가다 저를 볼 때마다
"어이, 효자아들 아버진 잘 계셔??" 라 합니다.
마음에 안드는 옷 처리하면~~ 효자 아들 소리듣고...
변덕스런 옷들 덕에 정말 저도 효자 소리를 자주 들었던 잘나갔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2006.11.29)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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