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흰얼룩순이의 사랑이야기(2)

2012. 11. 2. 13:07나의 이야기

 

 

 

 

다른 길냥이(길고양이)들은 주는 먹이를 꼬박 꼬박 받아먹어도 손길 접촉은 불허하는데요
우리108동 나비는 우리동 주민이 귀엽다며 쓰다듬는 손길을 잘 받아주니 그야말로 인기를 한몸에 지녔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우리 아파트 108동 1층 베란다 주변 수풀이 우거진 곳을 향해  작은 소리로 "야옹 야옹" 하면 어김없이 저편 수풀안에서도 "니아옹~~니아옹~~" 하며 숨 넘어가는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뭐 나비 소리죠.
3층, 5층, 12층 등에 사는 아줌마들도 현관을 들락거리며 "야옹~~" 하면... 어느 구석에서 "이~~아옹"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서로 친한척을 하지만 먹이에 관한한 나비는 제가 주는 먹이외에는 잘 받아먹으려 하지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자신을 쓰다듬어 주면 이리 눕기도 저리 눕기도하며 엄청 친한척을 합니다만. 

이런 어여쁜 나비가 요즘 애를 끓이고 있네요
저쪽 길건너 107동 주변에서 사는 흰얼룩이 냥이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그럽니다.
나비는 아기때 큰검둥이에게 쫓기다 앞 발목이 부러지고 부러진 빌목을 물리기까지 하였는데요...
(당시 큰검둥이는 자기 새끼 검순이 한마리를 데리고 밥먹으러 다닐때라...  아마도 자기 새끼를 더 먹이려 공격적이었다 생각합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하였지만 애처로운 마음에서 그때부터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자 고양이 통조림 사료에 섞어 하루 3번씩 부러진 뼈가 붙을 때까지 꾸준히 먹여왔습니다.
주님께서 이런 정성을 보시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부러진 나비 발목을 제대로 고쳐 주셨고 이후에도 이게 습관이 되어 새벽과 해진 무렵 저녁에  통조림 사료와 일반 건조 사료를 함께 먹이고 있는데요... 

올 초봄부터 밥 먹으러 이리로 오는 107동 주변에 사는 어린 흰얼룩순이 냥이는 108동 나비가 제게서 특별히 맛있는 먹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쉽게 간파하였습니다.

싸우지 말고 함께 먹으라는 의도에서 먹이를 몇군데 분산시켜 주고 있는데도 흰얼룩순이는 나비 주변에서 맴돕니다. 나비가 먹이를 먹을 때는 제가 그 옆에서 봐주고 있고 그 2미터 옆에는 사료 그릇을 하나 더 두고 있는데요,,, 흰얼룩순이는 그 사료그릇보다는  나비가 먹는 곳 옆에서 얼쩡거립니다. 
나비는 다른 녀석이 먹이 근방에서 얼쩡거리면 저 소싯적 때는 잊어버렸는지 달려들어 쫓아내곤 하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 얼룩순이가 얼쩡되면 슬쩍 자리를 비켜줍니다. 그러면 얼룩순이는 이때다!! 하며 냉큼 달려들어 나비 먹이를 다 먹어치웁니다.(지금은 흰얼룩순이, 큰 누렁이등을 위해서도 간혹 사료 그릇위에 통조림 사료들도 얹혀주곤 합니다만, 큰검둥이는 통조림사료보다는 건조사료를 더 좋아하네요)
흰얼룩순이는 먹이를 다 먹은후에는 냉정히 다른 곳의 먹이통으로 가 버립니다. 행여 나비가 다가와 찝적거리면 "까불지말라"는듯...가차없이 앞발로 나비 머리통을 쳐댑니다. 요런 못된 것~~@@

사실 흰얼룩순이는 큰누렁이를 좋아하는 듯 합니다. 처음에 나타났을 때에 큰 누렁이와 함께 나타났거던요. 간혹 거의 비슷한 시간에 밥먹으로 왔을 때는 서로 반가워하기도 하구요...

큰 누렁이는 3년전부터 큰검둥이와 밥먹으러 오곤하였는데요. 성격이 좋은 길냥이입니다.
다른 약한 애들이 먼저와서 사료를 먹으면 주변에서 뒹굴고 있다가  그 놈이 다 먹고 물마시러 자리를 옮기면 그때야 비로서 먹습니다.
생긴 외모로 포스가 풍겨나오는듯 합니다.  이 놈의 활동 반경은 좀 커보이는데 임대아파트와 107동을 주로 선호하더라구요.
 
나비가 아기고양이었을때도 밥먹으러 왔다가 나비가 먼저 밥을 먹고 있으면 큰검둥이와는 달리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곤 하였는데요... 나비가 다 큰 후에는 큰누렁이를 연적으로 생각해서인지 서열 싸움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싸움을 먼저 겁니다.(큰누렁이는 싸움을 피하고자 합니다만)... 지난 몇개월 동안은 계속 싸움을 걸고 싸웠는데요... 그럴때마다 귀가 조금 찣기고..뒷다리가 물리고, 목덜미에도 상처있고... 하여 매일 늦은 밤 후시딘 등 상처연고제와 물약으로 닦아주는게 일과였습니다.

지금은 서열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는지 싸우려않지만... 흰얼룩순이가 큰 누렁이와 함께 오솔길 건너 철쭉 덤불안에서 정답게 먹이를 먹고 있으면 안달이 나 어쩔줄을 모르고 있더라구요...근처까지 다아가 다른 철쭉안에 몸을 숨기고 그들을 바라다보고... 나무 밑둥지에 웅크리고 앉아서  그들을 쳐다보고...

흰얼룩순이 냥이는 나비의 이런 심정을 잘 파악하여 나비가 밥 먹을 때만 접근합니다. 이러면 나비는 제가 자신에게 마련해준 특별한 밥(건사료+통조림-참치, 연어-사료)을 양보하고... 그러다가 밥을 먹는 흰얼룩순이 몸에 슬쩍 앞발을 대어보며 찝적대곤 하는데요...흰얼룩순이는 "밥과 순정"을 구별할 줄을 알고 있으므로... 나비가 그럴때마다 가차없이 앞발로 나비 머리통을 연타합니다.
고양이들이 앞발을 이리 잘 쓰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며칠전 흰얼룩순이에게 머리통을 또 얻어맞은 나비는 그 다음부터는 흰얼룩순이가 다가오면 심기가 불편한듯 경고성 울음소리를 냅니다.
주로 "우~~우웅"하는 저음의 소리인데요... 열받는 농도가 클수록 저음이 깊어지고 소리는 커집니다.
이러던지 말던지 흰얼룩순이는 나비를 밀쳐내고(그러면 나비는 또 밀쳐나네요...이런 멍청이~~@@) 나비용 저녁식사를 빼앗아 먹어치웁니다. 다 먹고 난 후에는 오솔길 건너 철쭉더미에 놔준 사료를 먹는 큰누렁이에게 미련없이 가 버립니다.

이런 흰얼룩순이의 행태에 나비는 속이 상한지 더 이상 아뭇거도 먹으려하지않고 화단 앞에 주차되어있는 차 번호판 앞으로 가서 늘어집니다. 측은해보여 잘 달래주면 그냥 작은소리로 "야옹, 양옹"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사실 나비도 애인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월 중순에 첫사랑 애인이었던 흰검순이(배만 흰 검둥이)를 따라 우리 108동에서 직선거리로 400m(곡선거리는 약 600jm)에 있는 105동 쪽에 놀러간 후 그곳에 잠시 눌러붙은적이 있었거던요.
그사이에 나비집은 큰검둥이가 차지하였고 큰검둥이가 무서워 자기 집에도 얼씬조차 못하였는데요(지금은 나비가 늠름하게 자라 전세가 역전되어  나비는 자신의 집을 되찾았고... 큰검둥이는 원래살던 120동에서 밤이 깊을때야 나비의 눈을 피해 밥먹으러 이리 옵니다.)
흰얼룩순이에게 괄세당하는 우리 나비가 첫사랑이 떠오르는가 봅니다.
간혹 105동 주변에 다녀오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하거던요. 그래도 밤에 먹이주는 곳에 나가보면 오솔길 너머 철쭉덤불을 사이에 두고 흰얼룩순이와 나비가 서로 대치한채 팽팽한 긴장으로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멀리 사는 흰검순이보다는 가까운 107동(직선거리 200m)에 사는 흰얼룩순이에게 더 마음이 땅기는가 봅니다.

이런 모습은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저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불임수술을 시켜줘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번 마음을 다졌지만 나비에게 불임수술을 시켜주면 나비는 완전한 왕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러면 집안으로 들여야 하는데...이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혹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불임수술을 해 줘야 개체가 무한정 늘지않아 주변으로부터 민원이 생기지않고 하여 냥이들의 삶도 보장이 되는데요...
이 문제만 부딪치면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하와가 따서 아담과 함께 베어 먹은  선악과의 영향이 미치지않는 곳이 없네요. 아! 머리 아픕니다... 끙 

사람과 자연

http://www.wild30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