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물과의 화해 "산"

2010. 3. 16. 16:02복음생각


[기획/사순시기] 창조물과의 화해② "산"

무분별한 개발에 무너지는 산


 
▲ 운해에 뒤덮인 설악산 비경.
1986년 6월에 촬영한 사진으로, 안개와 구름으로 휩싸인 설악 또한 멸종돼 가는 국내 생물종 생태계의 보고다.
 

 
▲ 2006년 3월 강원도 정선의 야산 바위 틈에서 찍은 할미꽃.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특징과 산과 숲, 습지 등 다양한 지형으로 국내 생물종은 10만 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새벽녘, 제주 가을 숲은 적요하다.
해방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된 산림 녹화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도시화와 300여 곳에 이르는 골프장 건설 남발(허가를 얻어 건설 중인 120여 곳을 포함하면 400여 곳), 토석 채취 허가로 야산이 무너지고 산 속 생물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뿌리채 뽑힌 울창한 나무들, 허옇게 잔해를 드러낸 민둥산, 오염돼 가는 계곡과 하천들, 멸종 위기에 놓인 동ㆍ식물들…. 숱한 생물종을 위한 삶의 보금자리여야 할 산이 무너지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푸른 숲은 베어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골프장 건설과 토석채취허가를 받은 업체들의 석산 개발, 방화 및 실화에 따른 산불 등이 잇따르면서 산이 죽어가고 있다. 이에 사순시기에 따른 '창조물과의 화해' 두 번째 기획으로 '산'을 만난다.


   #죽어가는 산하, 말라버린 지 오랜 계곡

   2008년 2월, 청주교구 대안학교인 양업고에 낯선 공문이 하나 날아들었다. 청원군수 명의로 전해진 공문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550m 떨어진 야산에 대한 토석채취 허가였다. 이미 학교 인근에는 ㄷ개발 등 3개 업체가 난립해 매일같이 토석을 채취, 계속되는 발파 진동과 분진, 하루 600여 대씩 학교 앞을 오가는 토석채취 차량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던 터였다. 학교 건물은 100여 곳이나 균열이 생겼고, 심각한 학습권 침해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양업고는 그러나 이같은 시련을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특히 환경교육을 통해 자연으로부터의 치유, 생태적 교육 환경 조성, 석산 개발에 대한 적극적 대응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데 힘을 쏟았다. 그해 10월 말, 충청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학교측 주장을 받아들여 토석 채취 허가 취소 재결을 내렸다. 물론 ㄱ상운 측 소송 제기로 이 사안은 청주지방법원을 거쳐 현재도 대전고등법원에 계류된 채 3년째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지만, 학교측은 생태 교육 모델을 통해 새로운 대안교육을 모색해 가고 있다.

 총 길이 1400㎞, 남녘만 684㎞에 이르는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도 예외는 아니다. 한강과 낙동강 등 5대 강의 발원지이자 우리나라 야생 동식물 대부분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도 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두대간 27구간인 속리산국립공원 충북 괴산군 청천면 중대봉 옆 밀재와 고모재 인근 주민들은 1990년대 이후 10여 년간 토석 채취에 시달렸다. 예수회 생태사도직 공동체인 청주 누룩공동체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하며 망가진 백두대간 산자락 2곳에 이어 더 이상 난개발이 이어지지 않도록 활동을 벌였고, 결국은 2002년 ㅎ업체의 토석 채취 공사를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산이 훤히 깎여나간 건 물론이고, 바위란 바위는 다 없어졌고, 그 맑던 계곡도 다 오염돼 물고기조차 기형이 돼 버렸다. 수출용 건축 외장재로 명성이 높던 문경석 채취가 빌미였다.

 그 허가 기간이 2010년 2월로 끝나자 ㅎ업체는 망가진 산을 복구하면서 휴양림을 조성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휴양림 조성조차도 반대하고 있다.

 누룩공동체 김성환(막시밀리아노 콜베, 예수회) 신부는 "문경석은 다른 건축 대체재가 있고 한번 훼손되면 산은 다시는 본래대로 복구될 수 없기에 지자체에서 토석채취 허가를 내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11,9).

 주님을 앎으로 가득해야 할 땅이, 산이 급격한 도시화와 골프장 개발, 무분별한 토석채취 허가 등으로 무너지며 다양한 국내 생물종 또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2007년 말 현재 299곳에 이르른 골프장은 산뿐 아니라 농지까지 잡아먹으며 환경을 황폐화하는 주범이 됐다. 이미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고 있는 120여 곳을 다 지으면 400여 곳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이들 골프장은 건설 과정에서 시작되는 대규모 토사 유출을 비롯해 골프장에서 쓰는 막대한 농약과 비료로 인한 심각한 수질 오염, 하루 평균 1000t(18홀 기준)에 이르는 물 사용에 따른 지하수 고갈이 심각하다. 2003년 환경정책연구원(KEI)이 내놓은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이 산림 및 하천생태계를 단절시키고 각종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특징, 산악과 강, 내륙습지, 평야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형으로 우리나라에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종은 무려 10만 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996년 환경부 '국내 생물종 문헌조사연구' 기준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국내 생물종 수는 동물종 1만8117종과 식물종 8271종, 기타 3528종 등 2만9916종에 그친다. 나머지 생물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 채 서식지를 잃고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ㆍ식물의 마지막 남은 안식처는 국립공원이다. 환경부가 2002~2006년 국내 10개 국립공원을 현지 조사(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전 국토의 6.6%에 해당하는 국립공원에 산양(설악산 서식)과 무산쇠족제비(오대산), 쌍꼬리부전나비(북한산) 등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 동ㆍ식물의 57%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적,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고 있는 멸종 위기 동ㆍ식물이 Ⅰ급 51종, Ⅱ급 170종 등 221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국립공원이 얼마나 큰 생태계 보고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생물자원 가치와 이에 대한 인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생물자원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로까지 떠오르고 있어 생물종 보전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이 100년간 판매되고 있는 데서 증명되듯, 의약품의 80% 이상은 식물 등 천연물질에서 추출되고 있다. 생물자원의 체계적 수집과 보호, 소장, 조사, 연구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 이에 앞서 생태적 회심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것이 생태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생명의 길은 자명해진다. "결국 우리 인간이 모든 피조물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고, 삶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피조물을 살림으로써 존재 의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 질서의 완성'을 뜻합니다.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길에서 인간은 하느님 창조질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정진석 추기경 사목서한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공동체」 중에서)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박간영(요한 세례자, 사진작가)


   ▨'산을 위한 보속' 무엇을 실천할까.
 △산을 훼손하는 난개발을 바로알고 이를 막기 위한 창조질서 보전운동에 동참하기
 △사랑과 화해를 외면하는 온갖 형태 개발과 폭력, 전쟁 거부하기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육식과 외식을 줄이고 반찬 세 가지로 소박한 밥상 차리기
 △고장난 생필품은 수리해 오래쓰고 들살이 때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휴대해 이용하기
 △참된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농가와 주곡, 잡곡 계약 재배해 먹고 나누기
[평화신문  2010.03.11]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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