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외신종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 문화가 지닌 유다-그리스도교 뿌리를 부인하고 유럽 문화에는 아무런 절대적 가치도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배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3월 24일 유럽 공동체 주교회의 위원회(COMECE)가 유럽 연합(EU) 출범 50주년을 맞아 로마에서 개최한 한 대회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을 통해 유럽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도 포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유럽 연합 출범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 대회에는 유럽 주교들을 비롯한 그리스도교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참여해 유럽의 종교 문화적 가치들이 유럽 연합의 공식 입장에 더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교황은 유럽이 동ㆍ서의 화해를 이룩하고 정치ㆍ사회ㆍ경제적 통합을 추구하는 등 지난 50년 동안 노력해온 성과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 대륙 사람들의 정체성을 무시하면서 '유럽인의 공통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어 유럽의 정체성은 공통된 가치들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리스도교는 이 가치들을 형성하도록 도와주었다면서 그리스도교가 유럽 역사에서 수행한 역할은 단지 "역사상의 한 역할이 아니라 토대를 놓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유럽 연합이 공통된 기본 가치들을 부인하고 모든 것을 타협으로 해결하려 하고 잇다면서 이런 타협의 정치는 균형있고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 본성에 본질적 가치들과 이상들을 거부하기에 실제로는 균형있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1957년 3월 25일 체결된 로마협정을 출범일로 삼는 유럽 연합은 3월 25일 베를린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 연합의 성과와 과제를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반대로 유럽 연합 헌법은 채택하지 못했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과 가톨릭 활동가들은 유럽 연합이 제안한 유럽 헌법안이 유럽이 유다-그리스도교 뿌리를 지니고 있음을 명백히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연합의 정책이 유다-그리스도교 가치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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