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CNS】 매주 수요일 바티칸 알현실에서 열리는 교황의 일반 알현. 이때 교황의 말이 자발적인 박수갈채로 끊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1월 31일 주례 일반 알현 때다.
교황은 초기 교회에 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교황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제쳐두고 핵심을 이야기했다. 사도들을 비롯한 첫 제자들은 완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제게 큰 위안을 줍니다. 성인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고 죄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교황의 이 말에 6000명의 청중들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교황은 잠시 놀란 표정이었다. 말을 중단한 채 청중을 쳐다보면서 부끄러운 듯이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다음 왜 성덕이란 결코 실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지에 관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 순간은 베네딕토 16세에게는 뜻깊은 사건이다. 두 가지 중요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첫째는 학자 교황이 교회와 신앙에 초점을 두어 그 교훈을 복잡하지 않게 얘기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황의 말을 청중이 경청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날은 성인들 또한 죄인들이라는 단순한 얘기가 청중들의 공감을 산 것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바티칸에서 배포한 공식 연설문을 받아본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성인들의 죄에 관한 문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성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행한 이날 연설에서 "죄를 지닌"이란 뜻의 "콘 페카티"(con peccati)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복잡한"이란 "콤플리카티"(complicati)로 바뀐 것이었다. 그러나 녹음 테이프를 자세히 들어보면 교황이 분명히 "콘 페카티"라고 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청중이 박수갈채로 환호한 대목이 바티칸의 공식 연설문에서 빠진 것이다.
이것은 교황의 즉석 구두 연설을 옮겨쓰는 과정에서 생겨난 실수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착오가 며칠이 지나도 바로잡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기자는 "죄를 지닌"으로 보도했고, 공식 연설문을 받은 기자는 "복잡한 문제"로 보도하는 등 차이가 났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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